한국이란 무엇인가
🔖 이 지점에 이르자 억압에 저항하여 주체적인 참사랑을 성취했다는 자리의 낭만적 서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서사가 무너지자 해변에서 실종된 사람이 실제 남편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비로소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아야겠다는 결심과 함 께 자리는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해변을 떠난다. 야반도주할 때도 되지 못했던 주체적 개인이 이제야 되어 떠난다.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은 데다 매사가 복잡하고 흐릿하기만 한 현실을, 완전한 동지도 없고 완전한 적도 없는 뒤죽박죽인 세상을, 이제 주체적 개인이 되어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사랑과 혁명의 의미마저 오롯이 재정의해가면서.
촛불 시위는 정말 '혁명'이었을까? 그것이 정말 혁명이었다면, 촛불혁명이 약속한 세상은 정녕 도래했을까? 혁명은 일어났으나 혁명이 약속한 세상이 오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친다.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혁명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를 모르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외칠 뿐이라고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는 말한 적이 있다. 이제 선거일이 되면, 해변에서 실종된 사람이 혁명가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주체적 개인이 되어 투표장을 떠나야 한다.